讀世說
『세설신어(世說新語)』1)를 읽고
김유근(金逌根 1785~1840
淸談諧謔不須驚 고상한 얘기 우스운 얘기 놀랄 필요 없이
隨手翻過足了情 손 가는대로 읽어 넘겨도 마음에 충분하네
麈尾習知王謝物 주미(麈尾)는 왕연(王衍)과 사안(謝安) 물건이고2)
龍頭幾錯管華名 용두(龍頭)는 관영(管寧)과 화흠(華歆)의 이름에 번갈아 붙었지3)
眼空孤寡終逃跡 오만한 태도로 고독히 살다 결국 자취 감추고
心薄征誅竟捨生 경박한 마음으로 정벌하여 마침내 생명을 버렸지
善惡同辭何所據 선과 악 포폄(褒貶) 없으니 어디에 근거한 것인가
直書留待後人評 사실만 기록하여 후대의 평가 기다린 것이지
1) 세설신어(世說新語) : 남조(南朝) 송나라 유의경(劉義慶)이 편찬한 일화집으로, 후한 말기에서 동진(東晉) 시기에 걸쳐 명사(名士)들의 언어, 덕행, 문학 등에 얽힌 일화를 36편으로 나누어 기록하였다. 사상적으로 유가 · 노장 · 불교가 융합되어 있고, 예리한 언어와 풍부한 기지를 갖춘 청담(淸談) 형식을 바탕으로 한다.
2) 주미(麈尾)는…물건이고 : 주미는 가늘고 긴 나무 끝에 사슴의 꼬리털을 달아 부채 비슷하게 만든 것으로, 처음에는 먼지떨이나 파리채로 썼으나 진(晉)나라 때 청담(淸談)을 하는 사람들이 이것을 손에 쥐고 휘두르면서 청담을 나누었고 뒤에는 불도(佛徒)들이 위의(威儀)를 정돈하는 기구로 사용했다. 왕연(王衍)과 사안(謝安)은 육조(六朝) 진(晉)나라 때 명문거족 왕씨와 사씨 집안 사람인데, 노장사상에 조예가 깊어 청담을 즐겼다.
3) 용두(龍頭)는…붙었지 : 용두는 당시에 화흠을 지칭하던 말이고, 용미(龍尾)는 관영을 지칭하던 말이다. 관영과 화흠이 어릴 때 나란히 앉아 글을 읽고 있었는데, 고관대작이 문 앞을 지나가자 화흠은 책을 덮고 가서 보았다. 관영이 자리를 따로 하고, “그대는 이제 내 벗이 아니다.” 했다. <『세설신어』 「덕행(德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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