春盡
봄이 다 가다
김유근(金逌根 1785~1840
靑春捨我去 푸른 봄 나를 버리고 떠나
一朝欲何之 하루아침에 어디로 가려는가
滿園紅與綠 정원 가득 붉은 꽃 푸른 잎사귀
次第便相辭 차례차례 시들어가네
無風亦無雨 바람도 없고 비도 없는데
委積忽如遺 어느새 버린 듯이 쌓여
空添騷客恨 공연히 다한 시인의 한(恨)을
肯敎蜂蝶知 어찌 벌과 나비에게 알려 줄까
縱得結靑子 푸른 살구 열매 얻는다 해도
視今奈空枝 지금 텅 빈 가지는 어쩔거나
行到舊遊處 다니다가 옛 놀던 곳에 이르러
停步自依遲 멈추어 서서 발을 떼지 못하네
回眸一搔首 옛 추억 더듬으며 머리 긁적이니
怊悵何所思 슬프게 무엇을 생각하는가
茫茫宇宙內 아득히 넓은 우주 안에
人生眞有涯 사람의 삶은 정말 끝이 있지
生而不免懷 태어나 부모 품을 벗어나지 못할 때
是名爲小兒 이것을 어린애라고 하지
二十與三十 스무 살 서른 살 되어
問學須師資 학문 닦는 데는 스승의 힘이 필요하고
忽焉老將至 그러다가 느닷없이 늙음이 닥쳐와
白髮寧有私 백발 되는 데에 어찌 나와 남이 다르겠나
譬如此芳菲 비유하면 이 아름다운 꽃과 같아
初承雨露滋 처음엔 고마운 비와 이슬 맞아 자라고
蓓蕾同少日 꽃 봉우리는 청년 시절과 같고
半開猶盛時 반나마 핀 꽃은 장년 시절과 같지
爛漫正好看 흐드러지게 핀 꽃 정말 아름답지만
雖好亦云衰 그러나 역시 시들게 마련이지
人花旣如此 사람과 꽃 이와 같으니
不飮欲奚爲 술 안 마시면 무엇을 할까
自昔歡娛場 예전 기쁘게 놀던 곳에서는
樂極心生悲 즐거움이 극도에 달해 마음에 슬픔 생겼지
達觀知此義 달관한 사람 이 의미 알아
悲歡不留眉 슬픔과 기쁨 마음에 담지 않네
物理本推遷 사물은 이치상 본래 변화하는 것이니
對此復何疑 이것에 대하여 또 어찌 의심하겠는가
五蘊一時空 오온(五蘊)은 모두 공(空)하니1)
妙諦過吾師 오묘한 진리 스승보다 낫구나
1) 오온(五蘊)은…공(空)하니 : 온(蘊)은 모아 쌓은 것, 곧 화합하여 모였다는 뜻이다. 오온은 색온(色蘊)․수온(受蘊)․상온(想蘊)․행온(行蘊)․식온(識蘊)인데, 이 다섯 가지 작용이 모여 쌓여서 사람의 신심(身心)을 이루고, 이것이 치성(熾盛)하여 고통이 생긴다. 오온이 모두 공하다는 것[五蘊皆空]은 오온에 자성(自性)이 없다는 의미로, 색수상행식에 대하여, 이것은 나의 것이고 이것이 나이며 이것은 나의 자아라고 여기는 생각이 없는 것이다.
'기증유물 도록 > 황산유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상께서 성균관(成均館)에 납신 날 삼가 짓다 (0) | 2011.03.19 |
---|---|
벗을 그리워하며 (0) | 2011.03.19 |
봄비에 두보(杜甫)의 시에 차운하다 (0) | 2011.03.19 |
머라카락을 손질하다 (0) | 2011.03.19 |
『세설신어(世說新語)』를 읽고 (0) | 2011.03.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