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증유물 도록/황산유고

강 따라 배를 타고 가면서 밤에 기록하다

추읍산 2011. 3. 20. 11:21

江行夜記

강 따라 배를 타고 가면서 밤에 기록하다

 

김유근(金逌根 1785~1840)

 

余病不能騎 於是 捨馬登舟 逆風 窮日而行 只三四十程 舟人曰 盍夜行乎 余喜而從之 遂理楫中流 是夜風止 天水相照 似兩鏡對展 而但恨新月猶少光 然蒼嵐烟樹 依迷遠暎 如從畵圖中看 而已抵斗渼 夜將闌 山月半船 風露凄然 有挾纊之意 下視水面 黝而且黑 不見其底 疑有神物在其下 令人神懼矣 泊而止 兩岸相合 沙渚草樹之間 棲鳥驚起 終夜而鳴 少焉而行 遠村鷄呼而天欲曙 時余就睡頹然 不復記

 

내가 병들어 말을 탈 수가 없었기 때문에 말은 그냥 두고 배에 올라탔다. 맞바람을 맞으며 가는 길이라 하루 종일 가도 3,40리 길 밖에 가지 못했다. 뱃사공이, “밤에도 가는 것이 어떻겠습니까?”라고 하여, 기쁜 마음으로 그의 말을 따라 마침내 강에 배를 띄웠다. 그 밤은 바람이 잦아들고 하늘과 강물이 서로 비추어 두 개의 거울이 서로 마주보고 있는 것 같았는데, 다만 초승달이라 빛이 적은 것이 아쉬웠다. 그러나 푸른 산의 이내 낀 나무가 아스라이 멀리서 비쳐와 그림 속에서 보는 듯한 느낌에 빠져있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두미(斗渼)1)에 도착했다. 밤은 깊어 산에 뜬 달이 배를 반쯤 비추는데, 바람과 이슬이 썰렁하여 솜옷을 입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래로 수면을 보니 검푸르면서도 깜깜해 밑바닥이 보이지 않았는데, 신령한 동물이 그 아래에 있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에 두려움이 엄습했다. 물가에 배를 대고 멈추니 두 언덕이 서로 붙어있는데, 모래톱 숲 사이에 깃든 새들이 놀라며 날아올라 밤새도록 울었다. 잠시 뒤에 배를 띄우니 멀리 있는 마을에서 닭이 울면서 하늘이 밝아오려 하였다. 그 때 나는 쓰러지듯 잠들었으므로, 더 이상 기록하지 못한다.

 


1) 두미(斗渼) : 지금의 팔당댐 부근에 있던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수상 교통의 요지로, 두미(斗尾), 두미(斗迷), 두포(斗浦), 두릉(斗陵) 등으로도 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