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증유물 도록/황산유고

그림 족자에 대해 쓰다

추읍산 2011. 3. 21. 08:36

書畵幀

그림 족자에 대해 쓰다

 

김유근(金逌根 1785~1840)


余與彛齋秋史 世所稱石交也 其相逢也 言不及朝政得失人物是非 又不及榮利財貨 惟商略古今 評品書畵而已 一日不見 則輒復悵然如失也 人之處世 除却有憂患疾痛榮枯哀樂 何可無一日無故 無一日不見 此又難事 圖書者 其人姓名字號 宛然俱在 如可覿其人之彷彿 得一古畵幀 左右方皆搨兩公圖章 庸作替面之資 於是 雖謂之無一日不見 亦可也云爾


 나와 이재(彛齋)․추사(秋史)는 세상에서 말하는 석교(石交)1) 사이이다. 서로 만나면 조정의 잘잘못이나 인물의 시시비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또 세속의 부귀영화나 재물 축적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는다. 오직 고금의 역사를 토론하고 글씨와 그림을 품평할 뿐이고, 하루라도 만나지 못하면 그때마다 서글프고 허전해진다.

 사람이 세상을 살면서 근심과 걱정, 질병과 고통, 영광과 좌절, 슬픔과 즐거움 따위 말고도 탈이 없는 날이 하루도 없는데, 어떻게 매일 만나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이런 일들은 어려운 것이다. 그런데 그림과 글씨라는 것은 그것을 쓰거나 그린 사람의 이름과 자호(字號)가 뚜렷하게 그 속에 있어서 그 사람을 만나는 것과 거의 같다. 족자로 표구된 옛 그림을 하나 얻으면 왼쪽과 오른쪽에 이재와 추사의 도장을 모두 찍어 직접 만나는 것을 대신하는 자료로 삼는다. 그래서 매일 만나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괜찮은 것이다.




1) 석교(石交) : 『사기(史記)』 「소진열전(蘇秦列傳)」에, “이것이 이른바 원수를 버리고 석교를 얻는 것이다. [此所謂棄仇讎而得石交者也]”라고 했는데, 금석처럼 두텁고 견고한 우정을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