題花水圖
노가재(老稼齋)의 「화수도(花水圖)」에 쓰다
김유근(金逌根 1785~1840)
1831년(신묘, 순조31, 작자 47세)
果然流水成何事 秪[祗]是飛花不近人 此余夢中詩也 戊子秋 得稼齋先生舊宅 略加修葺 臨池構亭 扁以花水 盖取詩語而志夢也 今年春 又得先生手寫花水圖一幅 其筆意復與余詩境 髣髴相似 眞奇事也 噫 先生之寫此 雖未可曰有意而作 然至若因夢得地 因地得畵 地與夢叶 夢與畵符 又似不偶 苟非前定 孰能使之然者 噫其奇矣 遂與眞宰所畵石郊田舍圖 合爲一幀 藏諸石村而爲之識 稼齋先生傍五代孫恭記 時距圖乙未 爲一百十六年 屬友人金正喜書
“끝없이 흘러가는 물은 무엇 때문인가, 다만 날리는 꽃이 사람에게 다가오지 않네. [果然流水成何事 祗是飛花不近人]” 이것은 내가 꿈속에서 지은 시이다. 1828년(순조28, 44세)) 가을에 노가재(老稼齋) 선생이 사시던 옛 집터를 구해 보수공사를 약간 한 뒤에 연못 가까이 정자를 짓고 화수정(花水亭)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이렇게 이름 붙인 것은 시 구절에서 글자를 취해 꿈을 기록하기 위한 것이다.
올해 봄에 노가재 선생께서 직접 그리신 「화수도」 한 폭을 찾았는데, 그 필치가 내가 지은 시와 매우 흡사했으니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아, 선생께서 이 그림을 그리신 것에 어떤 의도가 있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꿈을 통해 이곳을 찾고 이곳을 통해 그림을 얻어, 장소가 꿈에서 본 곳과 같고 꿈에서 본 곳이 그림과 같으니, 우연히 이런 일이 생긴 것 같지는 않다.
오래전에 미리 운명적으로 정해 놓은 것이 아니라면 누가 이렇게 만들 수 있겠는가. 아! 참으로 기이하다. 마침내 진재(眞宰)1)가 그린 석교전사도(石郊田舍圖)와 합쳐서 한 폭의 족자로 만들어 석촌(石村)에 보관하고 그에 대해 기록한다.
노가재 선생의 방계 5대손이 삼가 기록한다. 그림이 그려진 을미년(1715)은 지금으로부터 116년 전이다. 벗 김정희(金正喜)에게 부탁해서 이 글씨를 쓴다.
1) 진재(眞宰) : 김창업의 서자인 김윤겸(金允兼, 1711-1775)의 호이다. 김윤겸(숙종37-영조51)은 자 극양(克讓), 호 산초(山樵)·묵초(默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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