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고 싶은 글/그리움은 강물처럼

양화나루 바라보며

추읍산 2011. 5. 29. 07:59

나 어렸을 적

어머니와 함께

수 없이 건너다닌

양화 나루터

 

어디로 갔을까?

떠들썩할 자리엔

표석만이 덩그렁

그때를 증언하려 서 있네

 

흐르는 물결 위를

오갔던 배야! 어디로 가서

사공마저 안 보이게 했니

그때로 돌아가고 싶구나

 

삶의 애환을 싣고

몇천 년을 이어온 나루터

왜 우리 세대에

볼 수 없게 되었지

 

현대화의 물결이

옛 정취 지워 버렸나

흐르는 물 바라보니

씁쓸함을 지을 수 없네

 

출렁이는 강가 나루

산천은 그대로나

역사 속에 흘러갔고

옛이야기 되어버렸네

 

봇짐 진 아저씨

나 오늘 소 팔았어!

술 한잔했지

행복이 들어 있었고

 

이고, 들고

아낙네들 힘들어 보이고

무엇이 들었을까

자반 한 손은 꼭 있었다네

 

그날은 곡수 장날

인파로 떠들썩했지

주고받는 말 속엔

애환이 들어 있었어요

 

배는 강가에 다다르고

차근차근 올랐네

영이 엄마 빨리 와

놓칠세라 헐떡이는 새댁

 

사공 손에 잡힌 삿대

강바닥 디딤 삼아 힘껏 졌네

배는 살같이 나아갔지

애환 함께 싣고서

 

푸른 물결 일렁이고

시원한 바람 불어와

맺힌 땀방울

낮 더위 씻겨주네

 

어느새 나루터에 이르고

봇짐 진 아저씨

이고, 든 아낙네

줄 서 차근차근 내리네

 

다음을 기약하며

집으로 향하는 모습 속엔

정감이 넘쳐 보였지

아른거리네! 그 모습이

 

'남기고 싶은 글 > 그리움은 강물처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모니카  (0) 2011.05.29
구슬 한 봉지  (0) 2011.05.29
흥천초등학교 다닐 때  (0) 2011.05.28
국군 유해를 송별하다.  (0) 2011.05.27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0) 2011.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