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고 싶은 글/명당이라는 영화

3, 효명세자의 장례

추읍산 2019. 3. 20. 09:00

6월 27일 : 묘지를 양주 천장산 유좌로 하다
간산(看山)한 대신(大臣) 이하를 소견(召見)하였다. 도제조(都提調) 정만석(鄭晩錫)이 말하기를,
"여러 지사(地師)들과 다시 상세하게 살펴보았는데, 지사 박상발(朴祥發)·이현(李玹) 등이 모두 말하기를, ‘양주(楊州) 천장산(天藏山) 유좌(酉坐)의 땅은 내룡(來龍)이 삼각산(三角山)에서부터 나누어진 맥(脈)으로 전지(田地)를 뚫고 골짜기를 지나 별도로 성봉(星峰)을 솟아오르게 하였으니, 기세는 마치 말이 달리는 것 같고 모양은 용(龍)이 내려오는 것같이 더욱 벗겨지고 더욱 바꿔지면서 그 변화가 극도에 이르러서는 다시 천장산을 솟아오르게 하여 문득 구천(九天)에 호랑이가 날아가는 형국(形局)을 이루었으며, 몸을 뒤집어 형세를 거스리려고 머리를 돌린 기운이 순(順)하며, 뒷쪽에 배치되어 있는 겹겹의 산세는 개송(介送)이 분명하고 혈성(穴星)이 풍후(豊厚)하며 청룡(靑龍)과 백호(白虎)가 겹으로 감싸고 있고 당국(堂局)은 평평하고 반듯하며 수성(水城)이 가로로 걸쳐 있고 사안(砂案)이 손을 마주 잡고 조회하는 듯하니, 실로 크게 쓸 곳이다.’라고 하였습니다."
하니, 그곳을 묘소(墓所)로 정하도록 명하고, 이어서 봉표(封標)하고 역사를 시작하게 하였다


7월 1일 : 묘소 도감에서 연경묘 조성 일정을 아뢰다
 묘소 도감(墓所都監)에서 연경묘(延慶墓)를 유좌 묘향(酉坐卯向)060) 으로 해방(亥方)061) ·정방(丁方)062) 에서 흘러내린 물이 을방(乙方)063) 으로 흘러 진방(辰方)064) 으로 돌아가는 지점으로 정하고 참초(斬草)와 파토(破土)는 6월 29일 미시(未時)065) 에 하고, 금정틀[金井]을 개시하기는 7월 12일 오시(午時)066) 에 하며, 묘혈(墓穴)의 깊이는 7척(尺) 5촌(寸)으로 하고, 발인(發引)은 8월 초3일 축시(丑時)067) 에 하며, 하관[下玄室]하는 것은 같은 날 초4일 자시(子時)로 추택(推擇)하여 아뢰었다.


8월 4일 : 하관[下玄室]하였다.


7월 12일 : 친제 제문의 내용
빈궁(殯宮)에 나아가 별전(別奠)을 행하였다. 친제(親製) 제문(祭文)에,
"아! 하늘에서 너를 빼앗아감이 어찌 그렇게도 빠른가? 앞으로 네가 상제(上帝)를 잘 섬길 것이라고 여겨서 그런 것인가, 장차 우리 나라를 두드려서 망하게 하려고 그러는 것인가, 아니면 착하지 못하고 어질지 못하며 덕스럽지 못하여 신명(神明)에게 죄를 얻어 혹독한 처벌이 먼저 윤사(胤嗣)073) 에게 미쳐서 그런 것인가? 내가 장차 누구를 원망하고 누구를 허물하며 어디에 의지하고 어디에 호소할까? 말을 하려고 하면 기운이 먼저 맺히고 생각을 하려고 하면 마음이 먼저 막히며 곡(哭)을 하려고 하면 소리가 먼저 목이 메니, 천하(天下)와 고금(古今)에 혹시라도 국가를 소유하고서 나의 정경(情景)과 같은 자가 있겠는가? 슬프고 슬프다. 내가 눈으로 네 얼굴을 보지 못하고 귀로 네 음성을 듣지 못한 지 이미 60일이 지나고 두 절서(節序)가 바뀌었다. 그런데 너는 아직까지 잠이 들어 아침도 없고 저녁도 없이 명명(冥冥)하고 막막(漠漠)하기만 한 것인가, 아니면 내가 미련하여 참으면서 먹고 호흡하기를 태연히 하며 유유 범범(悠悠泛泛)하게 여겨서인가? 네가 정말로 알고 있는가 모르는가,


내가 과연 바야흐로 꿈을 꾸면서 깨지 않고 있는가? 네가 정말로 훌쩍 떠나버렸는가, 아니면 네가 장차 벌떡 일어나 돌아올 것인가? 부모(父母)·처자(妻子)의 은혜가 여기에 있고 종묘(宗廟)·사직(社稷)의 중대함이 여기에 있으며 성궐(城闕)과 궁전(宮殿)의 거처가 여기에 있는데, 가기는 어디로 가며 가서는 누구와 친할 것인가? 해와 달은 그 운행이 변함이 없고 한 해가 가고 한 해가 오는 그 까닭도 변함이 없으며, 하늘은 높고 땅이 두터운 그 지극함도 변함이 없는데, 돌아온다는 기약은 언제이며 기약은 누구와 같이 알겠는가? 천하의 슬픔 가운데 어버이와 떨어져 있는 것보다 더 큰 것이 없는데, 네가 성효(誠孝)하면서 3년 동안 어버이 품에서 사랑받은 것을 생각지 아니하고 어찌 이와 같이 근심이 없을 수 있겠으며, 천하의 슬픔 가운데 자식이 없는 것보다 더 심한 것이 없는데, 나의 기구하고 험한 운명으로 갑자기 네 가지 곤궁한 것에서 첫번째 입장이 되었으니, 어찌 이와 같이 독(毒)하게 하는가? 슬프고 슬프다.


옛날 내가 10살 겨우 넘어서 황고(皇考)를 여의었는데 어렵고 큰 기업(基業)이 산처럼 자신을 누르는 듯하였으며 자신의 외로움과 나라의 위태로움이 마치 아침 저녁을 보전하지 못할 듯하였지만, 1, 2년 지나면서 많은 백성들 위에서 의탁할 수 있었던 것은 나에게 무엇이 있어서이겠는가? 특별히 황천(皇天)과 조종(祖宗)께서 말없이 도와주신 힘뿐이었다. 그러다가 네가 태어나면서부터 내 마음에 즐거움은 남의 아비가 되는 데 그칠 뿐만이 아니고 나라의 근본이 튼튼해져 황고와 열성(列聖)의 유업을 의뢰하여 펼칠 수 있어서였다. 네가 또 이미 관례(冠禮)를 치루고 이미 장가를 들어 또한 이미 자식을 두었는데, 어질고 효성스러우며 총명하고 타고난 자질이 일찍 성취가 되었으므로, 마침내 내가하던 정치를 섭행(攝行)하게 하였더니, 팔방(八方)에서 〈백성들이〉 목을 빼어 ‘은(殷)나라 때의 치도(治道)를 다시 창성하게 할 수 있으며, 주(周)나라 때의 천명(天命)을 새롭게 할 수 있다.’고들 하였으니, 어찌 나 한 마음의 즐거움이며 한 몸의 경사라고 말하겠는가? 자못 천하 국가에서 드물게 있고 드물게 보는 일이었기에 내가 망령되이 근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믿었었는데, 하루아침에 재앙(災殃)을 내려 만사(萬事)가 기왓장처럼 깨어질 줄을 누가 생각이나 하였으랴? 종팽(宗祊)에 대한 우려와 나 자신에 대한 슬픔이 도리어 황고를 여의고 네가 태어나기 전보다 더 심함이 있다고나 할까. 슬프고 슬프다.


너의 청명(淸明)하고 수미(秀美)한 자질과 길선(吉善)하고 상화(祥和)한 기질은 하늘에서 태어나게 한 바가 쉽지 않은데, 그것을 꺾어버리는 데 이르러서는 갑자기 위급한 병(病)에 걸린데다 또 괴잡(乖雜)한 증세가 겹쳐 물이 흘러간 구덩이 같고 불에 타고 남은 재와 같으니, 이치의 믿기 어려움이 어찌 더 갑작스러울 수 없을 정도로 빨랐는가? 어떻게 이른바 비자(丕子)074) 의 책임은 하늘에 달려 있다는 것인가? 진실인가 거짓인가? 누구를 좇아서 바로잡겠으며, 귀신의 짓인가, 사람의 짓인가? 누가 이를 주장하는가? 슬프고 슬프다. 고고(呱呱)하게 우는 세손(世孫)이 장차 할아버지를 아비같이 여길 터이며, 근심스러운 나의 여생은 장차 나라를 운명으로 삼아야 할 것인가? 네가 혹시라도 앎이 있다면 나의 이 말을 듣고서 틀림없이 저승과 이승 사이에서 얼굴을 가리고 억울(抑鬱)해 할 것이다. 지금 나의 슬픔은 너로 인한 슬픔일 뿐만이 아니고 나의 어질지 못하고 덕스럽지 못하여 죄를 자신에게 쌓아 나의 훌륭한 자식을 잘 보전하지 못하여 4백 년의 종묘 사직으로 하여금 위태롭기가 하나의 털끝 같지만 어떻게 할 수 없음을 슬퍼하는 것이니, 오히려 다시 무슨 말을 하겠는가? 슬프고 슬프다. 아! 애통하도다." 하였다.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