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음 김상헌(淸陰 金尙憲 1570 - 1652)의 셋째 손자이신 김수항[金壽恒 1629(인조 7)-1689(숙종 15). 자 구지(久之). 호 문곡(文谷). 시호 문충(文忠)]은 숙종 때 영의정을 역임하고 할아버지를 최측근에서 지켜본 분이다.
환국 정치로 왕권을 강화하고자 한 숙종[조선 제19대 임금(1661-1720, 재위 1674-1720)], 이때는 붕당정치로 말미암은 서인과 남인간의 첨예한 대립이 노정(路程) 되어 있었다. 이른바 기사환국(己巳換局 또는 己巳士禍)은 1689년 장희빈의 소생 윤(昀)의 원자 정호(元子正號 원자는 세자로 그리고 다음 대의 국왕으로 옮아간다.) 문제를 놓고 서인과 남인은 대립하였는데 남인의 주장(찬성)이 성립되어 서인은 몰락하게 된 사건을 가리킨다.
문곡은 진도로 유배되고 그해 3월 28일 사사(賜死)하라는 숙종의 어명으로 4월 9일 유배지에서 사약을 받았다. 이때 100여 명의 서인이 사형, 유배, 삭탈관직 당하였다. 이에 따라 정권은 서인에서 남인으로, 인현왕후 민씨는 서인으로 강등되어 사저로 쫓겨났고 희빈 장씨는 왕비로 책봉되었다. 서로 죽음을 부르는 당쟁 이는 대의 민주주의(代議 民主主義)와 삼권분립(三權分立)이 없는 왕조국가(王朝國家)인 조선(朝鮮)에서 붕당정치가 낳은 비극이라고 생각한다.
기사유교는 1689년 문곡(金壽恒)의 셋째 아들인 삼연 김창흡(金昌翕 1653-1722 시호 : 文康)이 기록한 것으로 아버지의 후명[後名 예전에, 귀양살이를 하고 있는 죄인에게 사약(賜藥)을 내리는 일을 이르던 말]을 전후하여 침식을 같이 하면서 운명(殞命) 하기까지 지켜본 5일간의 기록이다. 여기에서 문곡은 영안위의 어버이 수연(壽宴)에서 청음과 참석하신 분들의 주량에 대하여 말씀하신 바 있는데 그때를 그려보기 바란다.
아랫 글 발췌한 곳 : 김위현 편역
기사유교 2015 예문춘추관
p 53 - 54
“일찍이 영안위[永安尉는 홍주원(洪柱元). 1606년(선조 39) -1672년(현종 13). 선조의 사위로 자는 建中 호는 無何翁, 본관은 풍산, 정명공주와 결혼]의 연석에서 음주하신 일에 대하여 여러 가지 말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만.” 라고 하니
대답하시기를 영안위의 어버이 수연(壽宴) 때의 일이다. 그때 월사(月沙는 李廷龜의호 1564 - 1635)가 수석에 앉아 있었다. 주연이 한참 무르익어갈 무렵 할아버지(청음)께서 월사에게 말씀하시기를 일찍이 선인(先人)의 수연석에 대감께서 오셔서 흠뻑 취하여 돌아갔다 하여 마음속으로 늘 기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내 비록 술을 잘 마시지 못하나 오늘은 공을 뵙고 실컷 마시려 합니다. 라고 하시고 드디어 술잔을 들어 서로 교환하기 시작하여 잔만 차면 곧장 마시셨다.
월사가 할아버지(청음)께 말씀하시기를 영공(令公)의 주량이 이처럼 홍대(弘大)하신대 평일에는 절대 마시지 않으니 어떤 일입니까? 할아버지께서 말씀드리기를 나의 음주에는 두 가지 병이 있소. 하나는 술을 마신 후에 두통이 몹시 심한 것이고 또 하나는 취중에 반드시 우언(愚言)을 내뱉어서 다른 이들이 접촉하기를 꺼려함으로 마시지 못합니다. 고 하셨다.
이미 월사가 크게 취하여 쓰러지고 백주형제(白洲兄弟 백주는 이명환의 호. 1595년(선조 28)-1645년(인조 23). 시호는 문정(文靖)]도 대작하다가 모두 취하였다. 이에 할아버지께서는 영안위를 불러 말씀드리기를 공(公)이 나와 함께 마셔야 하겠다. 라 하시고 드디어 바싹 다가가 앉으셔서 가만히 희언(戱言 익살로 하는 말)을 하셨다. 영안위가 술기운이 도는 것을 보시고 조용히 대작하시다가 밤이 깊어서야 주연을 파하고 집으로 돌아오셨다.
돌아오시는 길에 학곡[鶴谷 홍서봉의 호. 1572년(선조 5)-1645년(인조 25). 시호는 문청(文靖)]을 방문하시어 또 술을 마시고 가셨다. 영안위는 늘 그때 일을 말씀하시기를 평일에 대감을 반차(班次 지위의 순서)나 도로에서 바라보면 엄숙하고 두려워서 가까이 못할 분이라 여겼는데 이날 손잡고 해학(諧謔 익살스럽고도 품위 있는 조롱)을 하시는 하는 자리를 가졌으니 마음에 늘 만행(萬幸)이라 생각하였다. 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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