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고 싶은 글/文谷 金壽恒

현주 이공 소한 이 칠월 열엿샛날 미호에서 배를 띄웠다는 이야기를 듣고 고제봉의 시를 차운하다

추읍산 2020. 3. 28. 10:07
한국고전종합DB

聞玄洲李公 昭漢 於七月旣望 泛舟渼湖 次高霽峯韻      


듣건대 맑은 강에 술 실은 배 띄웠으니 / 聞道淸江泛酒船
초가을 열엿새라 달 밝은 날씨였다지 / 新秋旣望月明天
뱃머리에 퉁소 부는 나그네 있었으리니 / 舷頭想有吹簫客
꿈속에서 분명 학이 된 신선 만났겠지
/ 夢裏應逢化鶴仙
적벽과 현주의 앞뒤 일 / 赤壁玄洲前後事
지금은 갑신년이오 옛날은 임술년 / 甲申壬戌古今年
더구나 하나같이 모두 귀양살이할 때니 / 一般況是俱遷謫
천년의 신교 어찌 우연이리오
/ 千載神交豈偶然


[주-D001] 현주(玄洲) 이공(李公) : 
현주는 이소한(李昭漢, 1598~1645)의 호이다. 이소한의 자는 도장(道章)이고, 본관은 연안(延安)으로, 이정귀(李廷龜)의 아들이자 이명한(李明漢)의 동생이다.
[주-D002] 미호(渼湖) : 
미수(渼水) 또는 미음(渼陰)이라고도 하는데, 김상용(金相容)과 김상헌(金尙憲)의 무덤 및 이들의 위패를 봉안한 석실서원(石室書院)이 있다. 이곳은 뒷날 노론 및 안동 김씨 세도의 중심지가 되었다.
[주-D003] 고제봉(高霽峯) : 
제봉(霽峯)은 고경명(高敬命, 1533~1592)의 호이다. 고경명의 자는 이순(而順)이고, 본관은 장흥(長興)이다. 임진왜란 때 의병장으로 금산전투에서 전사하였다.
[주-D004] 뱃머리에 …… 만났겠지 : 
소식(蘇軾)의 〈후적벽부〉에, 나그네 하나가 뱃머리에서 퉁소를 불자 학 한 마리가 날아들었는데, 나중에 소식의 꿈속에서 신선으로 다시 등장했다는 내용이 있다.
[주-D005] 적벽(赤壁)과 현주(玄洲) : 
소식과 이소한을 가리킨다.
[주-D006] 하나같이 …… 우연이리오 : 
이소한은 어명을 받들어 서도(西道)에 갔을 적에 역마(驛馬)를 함부로 탔다는 잘못으로 평구역(平丘驛)에 유배되었다. 《국역 인조실록 22년 5월 6일》 때문에 김수항이 이소한을 소식과 같은 유배객 처지라고 표현한 것이다.

출처 : http://db.itkc.or.kr/dir/item?itemId=BT#/dir/node?dataId=ITKC_BT_0397A_0010_010_00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