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고 싶은 글/낙서장

석실서원의 글 읽는 소리 미호(渼湖)를 진동하다.

추읍산 2009. 10. 10. 10:10


오늘도 덕소앞의 한강물을 바라보면서

8대조 찬성공(贊成公 諱 達行)의 바로 위 형님인

미호(渼湖 諱 元行) 할아버지를 생각합니다.


1689년(숙종 15) 기사환국으로 증조부인 문곡 휘 수항.

1722년(경종 2) 신임사화로 조부인 몽와 휘 창집.

부친인 죽취 휘 제겸. 큰 형님 취백헌 휘성행

4대의 걸쳐 죽음에 이르는 희생은

조선조, 아니 우리나라 유사 이래

유일한 일묘사충(一廟四忠) 되었습니다.


그 산 증인의 중심에 계셨던 할아버지께선

4대의 유교(遺敎)를 받들고

진경 문화를 꽃피웠던 할아버지

농암(農巖 諱 昌協)의 교육정신을 계승하여  1) 

영조 대왕의 출사요구를 사양하시고

평생을 후진양성을 위해

교육사업에 매진하셨습니다.


그곳이 지금의 남양주시 수석동의 한강변

작은 산 능선을 좌우로

미움 나루터삼주삼산각거처를 정하시고

고개 너머 석실서원(石室書院)에서

강단에 서신 할아버지!

그때 서울, 경기지역은 물론

전국에서 수많은 인재가 공부하였습니다.

그리고 할아버지께서 양성한 후진들은

18세기 북학사상(北學思想)

선구자들이 되었습니다.


 

남양주시의 덕소와 수석동,

건너편 미사리 일대를 감싸는

넓은 강을미호(渼湖)라고 합니다.

할아버지 호도 미호이고 같은 한자이니

어느 것이 먼저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곳 석실서원에서 글 읽는 소리가

미호를 진동하는 것 같은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그 글 읽는 소리는 가리킴이 되었고

18세기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횃불이 되었습니다.


어느 해 봄

할아버지는 여주의 대신면 선영을 다녀오시고자

배를 타시고 여행하시면서 시 한 수를 남기셨습니다.

미호라고 부르는 한강을 바라보면서 이 시를 옮깁니다.

 

朝發石室祠   아침에 석실사(石室祠)를 출발하여

登舟自玆始    미호에서 배에 올랐네 

江山旣淸曠   강산은 맑고 시원하며 

雲日况晴美   구름 낀 날씨지만 청명하고 아름다워라

桃花依絶岸   복숭아꽃은 가파른 언덕에 있고

老屋多臨水   오래된 집들은 물가에 닿았네

中流散雲帆   강물 속 안개를 헤치며 저어가자

風濤浩未已   바람에 일렁이는 물결 그치지 않네

三峰出天畔   산봉우리는 하늘로 솟았고

秀色每相値   빼어난 경치를 매번 만나네

持杯屢相屬   술잔 잡고 서로 몇 차례씩 권하자

歌詠亦互起   노랫소리가 함께 일어나네

樂哉滄洲趣   즐겁구나 강호의 정취여

吾道信在此   나의 길은 참으로 여기에 있네.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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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김원행은 농암의 아들인 김숭겸에게 입후하였습니다.

2) 김원행, 『渼湖集』권1 詩, 「自渼湖發船 向驪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