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증유물 도록/황산유고

교하(交河) 가는 길에 불어난 강물에 막혀 농가로 들어가다

추읍산 2011. 3. 15. 17:52

交河道中 阻水入田家

 

교하(交河)222) 가는 길에 불어난 강물에 막혀 농가로 들어가다

 

김유근(金逌根 1785~1840)

 

山中連日雨  산 속에 연일 비가 내려

溪水立時肥  시냇물 그 즉시 불어나네

濁浪疑河決  흐린 물결은 황하가 터진 듯

激湍似雪飛  세찬 포말은 눈이 날리는 듯

蒼茫迷畎澮  아득히 밭도랑 물 희미한데

頃刻沒巖磯  삽시간에 바위를 집어 삼키네

烟火相望裏  밥 짓는 연기 이어지는 농가에

尋常阻客歸  심드렁한 나그네 물에 막혀 돌아오네


屯雲連四野  겹겹 구름 사방 들판에 이어지고

積水欲稽天  쌓인 물은 하늘에 닿으려는 듯

戶外喧江浦  문 밖에 강물 소리 요란하고

庭中起霧烟  뜰 안에 운무가 일어나네

魚龍眞得意  어룡(魚龍)은 진정 득의만만하지만

稼穡奈多愆  농사일의 많은 곤란함 어쩌나

耿耿懷幽獨  근심스러운 마음 그윽하여

深宵坐未眠  깊은 밤 앉아 잠 못 드네


泛濫包陵谷  물이 넘쳐 언덕을 삼키고

瀰漫絶路歧  사방으로 퍼져 길을 끊네

馬牛浮鼻喜  소와 말은 코만 내놓고 희희낙낙

烏鵲失巢悲  까막까치는 집 잃어 슬퍼하네

頃刻成天塹  순식간에 천연의 요새가 되니

分明折地維  땅의 밧줄223) 끊어진게 분명하네

悠悠來往者  유유히 오가는 나그네

終日欲何爲  온종일 무얼 하려는가


迃僻田間路  궁벽한 밭 사이 길

終朝十里行  아침나절 십 리 갔네

溪山初見面  비로소 강산의 면목을 보는데

村落不知名  지나는 마을 그 이름 모르겠네

被野皆嘉穀  들판은 온통 여물은 곡식으로 덮히고

逢人盡樂生  사람은 모두 삶을 즐거워하네

田園何處是  전원은 어디에 있는가

遲暮更關情  저물녘에 다시 감정이 이는구나


 

 

222) 교하(交河) : 경기도 파주(坡州)에 속한 현(縣) 이름이다.


223) 땅의 밧줄 : 지구를 얽어서 유지하고 있다는 밧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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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글

 

이번부터 한글 토 없이 원문과 해제한 글만 싣겠습니다. 그리고 필요하면 이해를 돕기 위한 옮긴이의 글(먼저, 필자가 쓰는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계속 관심을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