過慶熙宮 不勝悲慟誌私 恭賦志懷
과경희궁 불승비통지사 공부지회
경희궁(慶熙宮)을 지나며 비통한 마음을 이길 수 없어 삼가 시를 지어 마음을 기록한다
김유근(金逌根 1785~1840)
宮樹凄凄帶曉霜 궁수처처대효상 처연한 궁궐 나무 새벽 이슬 머금는데
停車此日欲摧腸 정차차일욕최장 오늘 이곳에 수레 세우니 애가 끊어지네
凌空異樂迎仙仗 릉공이락영선장 하늘에 퍼지는 기이한 음악 신선의 의장(儀仗) 맞이하고
撼地殷雷徹御狀 감지은뢰철어상 땅을 흔드는 거대한 우레 성상(聖上)에 탑상에 통했네
昇遐之日 都人士聞異樂喧空 向西而去 是夜地大震
승하지일 도인사문이락훤공 향서이거 시야지대진
승하 하시던 날 서울의 선비들은 하늘에 울리는 이상한 음악을 들었는데, 그 소리가 서쪽을 향해 갔다. 그날 밤 땅이 크게 흔들렸다.
先事未能除二竪 선사미능제이수 돌아가시기 전에 병마(病魔)를 제거하지 못하고
殉身徒切愧三良 순신도절괴삼량 임금 따라 죽은 어진 신하220)에게 부끄럽기만 하네
秋風玉杖無消息 추풍옥장무소식 하사하신 옥장(玉杖)221)은 가을바람에 변함 없거늘
慟哭人間歲月忙 통곡인간세월망 인간세상에서 통곡하니 세월은 빠르기만 하네
---------------------------------------
220) 임금...어진 신하 : 진(秦)나라 목공(穆公)을 위해 순장(旬葬)된 엄식(奄息), 중행(仲行), 침호(鍼虎)이다.
221) 옥장(玉杖) : 옥으로 장식한 지팡인데, 한나라 때에 천자가 노인에게 하사하던 것이다.
---------------------------------
옮긴이의 글
본 글은 작자가 1835년(헌종 1년)을 전후한 어느 날 경희궁[慶熙宮]을 지나면서 붕어하신 순조 임금님을 생각하며 비통한 심정을 글로 남긴 것입니다.
순조는 1834(순조 34) 10월 28일부터 병기가 있어 어의들의 보살핌과 의리(醫理)에 정통한 정약용(丁若鏞), 박제안(朴齊顔)등이 병구완에 나섰으나 효험을 보지 못하고 11월 13일 해시(亥時)에 경희궁(慶熙宮)의 회상전(會祥殿)에서 승하하셨는데 춘추(春秋) 45세였습니다.
그때 순조께서 경희궁에 머물렀음은 정궁이던 창덕궁에 불이 나 이어(移御)해 있었기 때문입니다. 작가는 순조대왕 묘지문에서도 순조에 대한 간절한 사모에 글을 남겼는데 이를 다음 보기로 안내한다. 보기 ;http://blog.daum.net/0113508344/4719252
아래 사진은 순조대왕께서 김유근에게 써 주신것으로 추정되는 積善이다.
142×88
'기증유물 도록 > 황산유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원(新院)에서 매미 소리 듣고 (0) | 2011.03.16 |
---|---|
교하(交河) 가는 길에 불어난 강물에 막혀 농가로 들어가다 (0) | 2011.03.15 |
을미년 여름 윤달에 청야(淸野) 신중지(申仲之)가 순흥(順興)에서 돌아와 (0) | 2011.03.04 |
밤에 누워 달을 보고 기쁜 마음으로 짓다 (0) | 2011.03.03 |
병석에서 빗소리를 들어 우연히 시를 지어 번민을 기록하다 (0) | 2011.03.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