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증유물 도록/황산유고

관찰사 경국(景國)에게 부치다

추읍산 2011. 3. 18. 21:37

寄景國按使

 

관찰사 경국(景國)229)에게 부치다

 

 

김유근(金逌根 1785~1840)

 

 

江臯四月葉初齊   사월 되자 강 언덕에 잎사귀 처음 나와

嫩綠橫連十里堤   연한 녹색 십리 제방에 이어지네

舞榭歌臺燈火遍   춤추고 노래하는 집 등불로 불야성이고

酒旗茶榜夕陽低   술집 찻집에 석양이 낮게 드리우네

 

兩歧麥秀謠張也   보리이삭 두 갈래로 패니 장감(張堪)을 노래하고230)

合浦珠還頌孟兮   합포(合浦)에 진주 돌아오니 맹상(孟嘗)을 칭송하지231)

春樹暮雲空悵望   봄철 나무 위 저무는 구름 괜스레 멍하니 바라보면서

白頭相憶舊提携   머리칼 하얀 지금 함께 일했던 옛 시절 추억하네


自公西去巷無人   그대 서쪽으로 떠난 뒤 거리에 사람 없어

寂寂那堪又送春   견디기 어려운 적막감 속에 또 봄을 보내네

今日虞憂無外內   지금 걱정스런 일은 안팎이 없고

平時交誼卽彛倫   평소 사귀는 마음 떳떳한 윤리에 근거했지

 

風淸月白如良夜   달 밝고 바람 맑아 좋은 밤인데

綠暗紅稀政惱神   녹음 짙고 꽃 드물어 정말 괴롭구료

一別居然經歲久   헤어지자 어느새 오랜 시간 지났으니

夢魂長繞浿江濱   꿈속에서 패강(浿江; 大同江) 가를 오래도록 서성인다네


憶昔趍庭在郡衙   예전 동헌(東軒)에서 뜰 지나간 일232)떠오르니

如今猶足盛時誇   지금까지도 훌륭한 시절의 자랑거리지

杯盤鎭日聯千軸   온종일 술자리에 시 천편을 쓰고

歌管通宵咽萬家   밤새 풍류 잡아 세상 집 떠들썩했지

 

撲岸河燈光錯落   언덕에 늘어선 하등(河燈)233) 불빛 쏟아지고

排城火樹勢橫斜   성곽에 배열된 화수(火樹)234)기운 비꼈지

蕭條巷陌無生意   지금은 쓸쓸한 거리 생기 없으니

卽事堪爲父老嗟   노인이 다된 나는 공연히 탄식만 하네


 

 

229) 경국(景國) : 이지연(李止淵)의 아우 이기연(李紀淵, 1783-?)의 자(字)로, 1828년(순조28) 강원도 관찰사가 되었다. 1836년(헌종2) 평안도 관찰사로 있을 때는 사직을 허락하지 않았는데도 공무를 폐기한 죄로 삭직되었으나, 1837년 대사헌에 등용되었으며 예조판서로 안핵사(按覈使)를 겸하였다. 시의 내용으로 보면 1836년 평안도 관찰사일 때 쓴 것이다.


230) 보리 이삭…노래하고 : 보리이삭이 두 갈래로 팼다는 것은 보리 줄기 하나에 두 가닥의 이삭이 맺힌 것으로, 옛날에는 풍년이 들 상서로운 조짐으로 여겼는데, 지방관의 선정(善政)을 뜻한다. 후한 장감(張堪)이 어양 태수(漁陽太守)가 되어 호노(狐奴)라는 곳에 8000여 경(頃)의 전지를 개간하고 백성들로 하여금 농사짓게 하자, 백성들이 이를 칭송하여, “뽕나무에 곁가지가 없고, 보리 이삭은 두 가닥이로다. 장군(張君)이 정사를 하니, 즐거움을 다 말할 수 없네.” 했다. <『후한서』 31 「곽두공장염왕소양가육열전(郭杜孔張廉王蘇羊賈陸列傳)」 장감 조항> 여기서는 관찰사인 이기연이 선정을 베풀 것임을 말한 것이다.


231) 합포(合浦)에…칭송하지 : 피폐해졌던 고을이 수령의 선정으로 원상태로 회복된 것을 뜻한다. 합포는 광동(廣東) 해강현(海康縣)에 있던 한나라 군(郡) 이름이다. 해변에 위치하여 곡식은 생산되지 않고 바다에서 진주를 수확했는데, 역대의 군수들이 탐욕을 많이 부려 진주를 닥치는 대로 걷어가 진주가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가, 맹상(孟嘗)이 태수로 부임하여 수탈을 중지시키고 과거의 폐단을 개혁하자 진주가 다시 돌아왔다. <『후한서 』76 「순리열전(循吏列傳)」 맹상 조항> 여기서는 관찰사인 이기연이 선정을 베풀 것임을 말한 것이다.


 232) 뜰을 지나간 일 : 공자가 집에 혼자 서 있을 때, 아들이 종종걸음으로 뜰을 지나가자 시(詩)와 예(禮)를 배우도록 가르쳤다. <『논어』 「계씨(季氏)」>. 여기서는 아버지 교육을 받은 것을 말한다.


 233) 하등(河燈) : 물 위에 띄우는 등불이다.


 234) 화수(火樹) : 장대에 매달아 장식한 불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