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고 싶은 글/그리운 어머니

달아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추읍산 2011. 5. 22. 11:45

달아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저기저기 저 달 속에 계수나무 박혔으니

은도끼로 찍어내어 금도끼로 다듬어서

초가삼칸 집을 짓고 양친부모 모셔다가

천년만년 살고지고 천년만년 살고지고

 

학창시절 즐겨 부르던 동요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달 보기를 잊고 살아왔습니다. 그만큼 달빛을 잊고 살아도 아무런 아쉬움이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정서도 저 달과 함께 묻어 버린 것 같아 아쉽습니다.

 

나 어렸을 적 밤, 저 달은 온 누리를 비추고 시골 우리 집 또한, 달빛이 흘렀습니다. 달 밝은 어느 여름날 밤, 우리 가족은 더위도 피할 겸, 늘 그랬듯이 뜨락에 멍석 깔고 앉았습니다. 어머님의 옛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여러 고사를 들려주셨지만 밝은 달이 비출 때는 특히 이태백(李太白 701년 ~ 762년, 이름은 李白으로 태백은 호이다) 이야기를 들려주십니다. 제가 다 기억할 수 없지만, 다음은 기억합니다.

 

이태백은 두보와 함께 중국의 시성(詩聖)으로 불릴 만큼 대문장가입니다. 천자(天子)의 사랑을 듬뿍 받고 신임이 두터웠다고 합니다. 그러나 유난히도 술을 좋아하신 까닭에 항상 취해 있었다고 하네요. 이태백의 건강을 걱정한 천자는 놋으로 만든 술잔을 주면서 하루 석 잔 이상은 들지 말라고 명했습니다.

 

걱정되어 하루는 이태백을 불렀습니다. 불려 온 이태백은 곤드래 만드래가 되어 있었답니다. 어찌 내 명을 거역하는고! 황공하옵니다 - 무엇이라? 석 잔 이상은 들지 말라 했거늘! 술잔을 보여다오. 그런데 어찌 된 일입니까? 엄청나게 큰 잔이었습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이태백은 하사받은 술잔을 대장간에 가지고 가서 열을 가해 두드려 패 늘린 것으로 하사받은 술잔인 것만은 분명하니 천자인들 어찌하겠습니까? 그만큼 천자의 이태벽 사랑은 군신 간에 또 다른 면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이태백은 밝은 달이 뜰 때면 늘 그랬듯이 어느 날 장강(長江)에 배를 띄었습니다. 달과 산천을 벗 삼아 흐르는 물은 은빛으로 빛났을 그날 밤 함께한 동료는 뱃사공뿐이었는가 봅니다. 저 달과 주거니 받거니 술잔을 기울였습니다. 달은 물속에도 있었습니다. 취기는 오르고 그 속에서 시상(詩想)은 더욱 빛났을 것입니다. 달빛에 투영된 강 위의 밤은 깊어가고 저 하늘 무수히 떠있는 별들과 흐르는 은하수는 그 밤을 더욱 아름답게 했을 것입니다. 달과 별빛과 자연에 취해 넋을 잃은 것일까요? 이태백은 돌연 저 물속 달을 건진다고 뛰어들었는데 그만 나오지 못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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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이태백의 시로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月下獨酌 월하독작

 

花間一壺酒 화간일호주

獨酌無相親 독작무상친

擧盃邀明月 거배요명월

對影成三人 대영성삼인

月旣不解飮 월기불해음

影徒隨我身 영도수아신

暫伴月將影 잠반월장영 

行樂須及春 행락수급춘

我歌月徘徊 아가월배회

我舞影零亂 아무영영난

醒時同交歡 성시동교환

醉後各分散 취후각분산

永結無情遊 영결무정유

相期邈雲漢 상기막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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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빛 아래 홀로 술을 마시며

 


꽃밭 가운데 술 한 항아리

함께 한 이 없어 혼자마신다

잔 들어 달을 불러오고

그림자 더불어 삼인이 되었구나

달도 월래 술 마실 줄 몰랐고

그림자 또한 그저 내 몸따라 움직일 뿐

그런대로 잠시 달과 그림자 데리고

이 봄 가기전에 즐겨나 보세

내가 노래하면 달은 서성이고

내가 춤추면 그림자 소리없이 나를 따른다

깨어있을 때는 함께 즐기지만


취하고 나면 제각기 흩어지겠지

아무렴 우리끼리의 우정 영원히 맺어

다음번엔 은하수 저쪽에서 다시 만나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