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 효지리에는
인자하신 할아버지가 계셨어요
선영을 도맡아 관리하셨고
사랑 안에 하나 되었죠
옛날 이야기하기 좋아하셔서
저희 또한, 귀 기울였는데
향리 선영으로
복귀한 후에도 계속되었어요
어느 날 찾아오신 할아버지
이야기꽃 피우셨죠
옛날 옛적에 복두장 이라는 사람
임금님의 두건을 만들었어요
임금님 귀는 길고 커서 유난했다네요
어느 날 갑자기 커진 귀
두건으로 가렸지요
아는 사람은 임금님과 복두장뿐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라는
엄명을 받았답니다
잊히지 않아 헛웃음만 돌고
실성한 모습이었어요
쌓고 쌓이면 묵은병이 되는 법이죠
하소연 할 곳 없어
그만 자리에 눕게 되었어요
깊은 상념 속에 찾은 묘안
대나무 숲 속 한가운데 섰지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 소리 높여 외쳤어요
얼마나 후련한지 묵은병이 싹 가셨어요
이후 바람이 부는 날이면
대나무 서로 부딪쳐 울려 나오는 소리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
이를 안 임금님! 원인을 찾을 수 없어
그만 대나무를 모두 베어버렸어요
그 자리에는 산수유를 심었다는데
이른 봄 산수유 꽃 장관이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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