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고 싶은 글/그리움은 강물처럼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추읍산 2011. 5. 27. 11:29


여주 효지리에는

인자하신 할아버지가 계셨어요

선영을 도맡아 관리하셨고

사랑 안에 하나 되었죠

 

옛날 이야기하기 좋아하셔서

저희 또한, 귀 기울였는데

향리 선영으로

복귀한 후에도 계속되었어요

 

어느 날 찾아오신 할아버지

이야기꽃 피우셨죠

옛날 옛적에 복두장 이라는 사람

임금님의 두건을 만들었어요

 

임금님 귀는 길고 커서 유난했다네요

어느 날 갑자기 커진 귀

두건으로 가렸지요

아는 사람은 임금님과 복두장뿐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라는

엄명을 받았답니다

잊히지 않아 헛웃음만 돌고

실성한 모습이었어요

 

쌓고 쌓이면 묵은병이 되는 법이죠

하소연 할 곳 없어

그만 자리에 눕게 되었어요

깊은 상념 속에 찾은 묘안

 

대나무 숲 속 한가운데 섰지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 소리 높여 외쳤어요

얼마나 후련한지 묵은병이 싹 가셨어요

 

이후 바람이 부는 날이면

대나무 서로 부딪쳐 울려 나오는 소리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

 

이를 안 임금님! 원인을 찾을 수 없어

그만 대나무를 모두 베어버렸어요

그 자리에는 산수유를 심었다는데

이른 봄 산수유 꽃 장관이었을 겁니다.


'남기고 싶은 글 > 그리움은 강물처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흥천초등학교 다닐 때  (0) 2011.05.28
국군 유해를 송별하다.  (0) 2011.05.27
산소 터  (0) 2011.05.27
쪽 다리로 가요  (0) 2011.05.26
보이고 들리네  (0) 2011.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