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을 내다보니 잔뜩 찌푸렸고
주룩주룩 빗방울 떨어지네
창문 열고 손을 내미니
물방울 손잔등을 두드리네
요즈음은 비 오는 날 많아
하루 이틀 내리다가
햇볕 나고 다음날 또 비가 오고
이달은 매년 찾아오는 장마철
비 오는 날은 공치는 날이라
빈대떡 부쳐놓고 소주잔 기울이며
주거니 받거니 벗들과 어울렸으면
어디로 갔나! 그리움에 젖어드네
옛날 고향에서 가뭄은 계속되었고
내리쬐는 햇볕에 온 땅은 타들어갔지
논밭은 갈라지고 싹은 시들었어요
비 오기를 간절히 기다려지는 그때
하늘은 무심치 않아 어느 날
하늘 문이 열리고 비가 쏟아졌지
대지를 축여주고 산천은 푸르러
온갖 싹은 되살아났어요
이내 장마철로 이어지고
마을 앞 저수지는 가득 차올랐네
모자라고 넘쳐도 탈인데
쏟아지는 비 이젠 그만 왔으면
여수 터 물은 굽이쳐 흐르고
함께 넘어가는 고기 잡으려
벗들 모여들고 발을 쳤어요
넘어오던 물고기 어김없이 걸렸어요
비탈진 곳 넘어오던 물고기
눈치채고 되돌아가려 하고
어떤 놈은 용 캐도 걸음아 날 살려라
돌아가는 놈은 용꿈 꾼 놈이지
대부분 센 물결 어쩔 수가 없네요
은빛은 발에서 반짝반짝 빛나고
때론 잉어도 있었지만, 붕어가 많았어요
고기 잡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몰랐지
밤새워 잡은 물고기 한 가마가 넘고
이웃집 나눠주고도 낑낑거렸어요
보글보글 붕어찌개 밥맛을 돋구고
얼마나 맛있었던지 한 그릇 금방 비웠네
비는 계속 이어지고 한낮이 되어
벗들 모여 한 방 가득하고
주거니 받거니 소주잔을 기울이는데
붕어 매운탕에 취했나? 잘도 넘어가네
노랫가락 울려 퍼지고
젓가락 장단에 절로 춤바람이네
오늘은 비 오는 공치는 날
옛적 생각이 떠올라 향수에 젖게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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