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고 싶은 글/그리움은 강물처럼

장마철의 추억

추읍산 2011. 7. 3. 13:50

창밖을 내다보니 잔뜩 찌푸렸고

 주룩주룩 빗방울 떨어지네

 창문 열고 손을 내미니

 물방울 손잔등을 두드리네

 

요즈음은 비 오는 날 많아

하루 이틀 내리다가

햇볕 나고 다음날 또 비가 오고

이달은 매년 찾아오는 장마철

 

비 오는 날은 공치는 날이라

빈대떡 부쳐놓고 소주잔 기울이며

주거니 받거니 벗들과 어울렸으면

어디로 갔나! 그리움에 젖어드네

 

옛날 고향에서 가뭄은 계속되었고

내리쬐는 햇볕에 온 땅은 타들어갔지

논밭은 갈라지고 싹은 시들었어요

비 오기를 간절히 기다려지는 그때

 

하늘은 무심치 않아 어느 날

하늘 문이 열리고 비가 쏟아졌지

대지를 축여주고 산천은 푸르러

온갖 싹은 되살아났어요

 

이내 장마철로 이어지고

마을 앞 저수지는 가득 차올랐네

모자라고 넘쳐도 탈인데

쏟아지는 비 이젠 그만 왔으면

 

여수 터 물은 굽이쳐 흐르고

함께 넘어가는 고기 잡으려

벗들 모여들고 발을 쳤어요

넘어오던 물고기 어김없이 걸렸어요

 

비탈진 곳 넘어오던 물고기

눈치채고 되돌아가려 하고

어떤 놈은 용 캐도 걸음아 날 살려라

돌아가는 놈은 용꿈 꾼 놈이지

 

대부분 센 물결 어쩔 수가 없네요

은빛은 발에서 반짝반짝 빛나고

때론 잉어도 있었지만, 붕어가 많았어요

고기 잡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몰랐지

 

밤새워 잡은 물고기 한 가마가 넘고

이웃집 나눠주고도 낑낑거렸어요

보글보글 붕어찌개 밥맛을 돋구고

얼마나 맛있었던지 한 그릇 금방 비웠네

 

비는 계속 이어지고 한낮이 되어

벗들 모여 한 방 가득하고

주거니 받거니 소주잔을 기울이는데

붕어 매운탕에 취했나? 잘도 넘어가네

 

노랫가락 울려 퍼지고

젓가락 장단에 절로 춤바람이네

오늘은 비 오는 공치는 날

옛적 생각이 떠올라 향수에 젖게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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