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고 싶은 글/낙서장

강가의 노래

추읍산 2012. 12. 13. 10:59

답답한 마음 창밖을 바라보았지

아파트 숲에 뭍인 이곳

바라보니 한쪽으로 트여있어

펼쳐지는 미호 시야에 들어오네

 

민족의 젖줄이라 불렸던 한강

휘감아 흘러들고 넓은 호수라네

언제부터 미호라고 불렸을까?

그림같이 아름다운 미호

 

바라보는 미사리 쪽 뿌옇고

강변은 아직도 눈이 남았는데

어느덧 겨울이던가

한파에 싸인 모습 썰렁하네

 

팔당댐을 빠져나온 물아

휘감고 돌고 돌아

넓고 넓은 큰 호수 이루었구나

아니 옛날부터 그랬었겠지

 

억 겹을 흘러 젖줄 된 물아

숱한 사연을 실어 날라

민족의 애환을 지켜보았구나

지난날 증언대에 서지 않으련

 

판이하였을 그 옛날

큰 교통수단으로 되었고

서울이 수도로 된 이후

그 중요성은 더 드러났겠지

 

초등학교 4학년 때

남한강 옆 학교 운동장

들려오는 함성

뗏목이다~ 뗏목이야

 

나무들 묶여 둥둥 떠 네려가고

무엇인가 실려있는데

마주보는 손짓엔 정감이 묻었다네

휴전직후 어느날 추억이랍니다.

 

처음이고 마지막 모습인데

재현 할 수는 없을까

강물에 담긴 선조님의 지혜를

두고두고 뇌리를 스치네

 

저 물결 위에 돛단배 띄우고

사랑하는 임 마주하고

주거니 받거니 술잔 기울이며

고향까지 거슬려 올라갔으면

 

뭉게구름 두둥실

바라보는 저 하늘과 물결

오늘따라 푸르고 푸르구나

미호를 둘러싸는 풍광이여

 

햇빛 아래 투영된 미호

멈춘 듯 흐르는 듯 반짝반짝

서해까지 같이가자고 손짓하네

은빛 노을 가득한 미호

 

한걸음에 다다랐지

옛 정취 맡을 수 없고

사공 없는 나룻터엔

표석만이 덩그렁 서 있네

 

돌아가 보았지 그때로

떠들썩한 나루터엔 인파로

다다른 배 차근차근 오르네

영이 엄마 빨리 와 헐떡이는 새댁

 

봇짐 진 아저씨 술 한잔 했지

행복이 들어 있었고

이고 들고 아낙네들 무엇이 들었을까

자반 한 손은 꼭 있었다네

 

사공손에 잡힌 삿대

저어 살같이 나아갔지

푸른 물결 위 시원한 바람 불어와

맺힌 땀방울 낮더위 씻겨주네

 

다달아 집으로 향했지

잘가~ 또 만날것을 기약하며

바라보니 정감이 넘쳐보였지

아른거리네 어린시절 그 때가

 

흐르는 물아 왜 말이 없니

몇 천년을 이어온 강가 모습

왜 우리 시대에 볼 수 없게 되었지

흐르는 물 바라보니 쓸쓸함 지울 수 없네

 

산천은 그대로나 옛 정취 맡을 수 없고

흐르는 물은 예전 모습 아니로다

주범은 현대화의 물결이야

되 돌릴 수는 없을까 그 옛날 그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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