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고 싶은 글/그리운 어머니

어머니어머니 우리 어머니

추읍산 2013. 1. 6. 15:24

타고난 성품이 여장부이시고

총명하셨고 모두를 압도하셨지

산골 마을 무치기엔 아까웠어요

왜 심약한 아버지를 만나셨을까

 

대전 부근 송촌이 고향이시고

1남 1녀 중 아래 따님이시네요

부모님 정하는 혼사 따랐을 뿐이죠

1930년 경 일제가 기승을 부리던 때네

 

어렵던 일제 강점기를 넘기시고

저수지 만든다고 터전 잃었는데

이어진 농지분배는 근본까지 무너트렸어요

6, 25를 숨죽이며 넘겨오셨고

 

서로 죽이는 전쟁의 상처는

보복에 보복을 불러왔고

때론 사감까지 더 했다네요

모두가 이성을 잃은 게지요

 

부동의 위치는 단연 돋보이셨는데

때로는 자문을 받고 주기도 했답니다

발 벗고 나서시고 죽을 고비

찰나에 구한 분 그 얼마이던가

 

총성은 멈췄고 이어진 삶

모두를 압도하시는 성품은

면내에서도 부동이었어요

모두가 어머님에겐 깍듯했지요

 

바쁜 일상 속 부르심에 순종하시어

여성들 아둔함을 일깨우셨고

지역 최초의 횃불로 타올랐어요

1960년대 중반까지 이어진 그 열정!

 

할 줄 모르는 농사는 풀과의 전쟁이었고

피곤한 몸 밤에도 쉴 틈이 없으셨지

바느질 솜씨 놀라워 일감은 쌓이고

고추 북 재봉틀은 밤낮으로 돌아갔다네

 

중국소설로 넓혀지고 다녀진 견문

천성까지 더해 모든 이 위에 군림하셨지

옛날 이야기하기 좋아하셔서 귀 기울였고

밤하늘 별과 달도 취해 멈춰 섰네

 

가르침은 늘 하늘! 깊고 넓고 높아

그 이치 깨달아야 했는데

되돌아보고 지나친 길 떠올리니

오늘의 주소 근원은 약한 마음이었어

 

반반씩만 닮았어도 오늘의 내가 아닐 턴 데

약한 마음 왜? 한쪽으로 쏠렸을까

하늘은 높고 높아 푸르고 푸르구나

뭉게구름 두둥실 쏟아지는 햇살 다름없어요

 

다 아시면서도 어찌할 수 없으셨을 거야

돌이킬 수 없는 지나온 여정

모두가 업보이고 수레바퀴인 것을요

한 줄기 빛 되시어 순간 눈 뜨게 하소서

 

하느님! 홍 마리아를 불쌍히 여기소서!

    미약한 인간이기에 잘못도 있었겠지만

그 착함과 정의로운 행적을 높이 사소서

이 세상 계실 적 주님을 믿고 따랐나이다

 

저 높은 곳 하늘나라 하느님 계신 곳

성모님 인도하심 따라 성인 성녀 손잡고

꽃향기 가득한 곳 그 길을 걷게 하소서

다시 뵙는 날! 그때 그 품에 안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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