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증유물 도록/황산유고

풍은 국구(豐恩國舅)의 회갑을 축수(祝壽)하며

추읍산 2011. 3. 19. 09:31

壽豐恩國舅花甲

 

풍은 국구(豐恩國舅)1)의 회갑을 축수(祝壽)하며

 

 김유근(金逌根 1785~1840)


嘉祥積累在名門   명망 있는 집안에 아름다운 일 쌓이고

勳業淸朝國舅尊   조정 맑게 하는 공업은 국구가 으뜸이지

五福居先仁者壽   오복(五福)2)의 으뜸은 어진 사람 장수하는 것이라고

我聞如是昔人言   옛 사람 하신 말씀 나는 그렇게 들었네


龍光是日動高門   찬란한 빛 오늘 이 집에 퍼지니

優老溫綸自至尊   성상께서 노인 대접하는 온후한 말씀 내리시네

恩禮於今宜絶異   이러한 은혜와 예절 이제까지 없었으니

公猶辭懇亦何言   공의 사양 간절함을 어찌 말로 하겠나


四代五公楊氏門   사대에 다섯 정승 배출한 양씨(楊氏) 가문3)

巋然今日孰同尊   지금 누가 그 우뚝한 존귀함 따라갈까

匪躬政自艱虞見   자신을 돌보지 않은 것은4) 바로 나라 어려움 때문이니

王室賢勞是國言   온 나라 사람 유독 공만 일 시킨다 하네5)


自昔公家是壽門   예전부터 공의 집안 장수하는 가문

人間三達幷居尊   인간세상 삼달존(三達尊)6) 으뜸을 차지하네

醴泉源遠芝根固   좋은 샘물은 근원 멀고 지초(芝草)는 뿌리 굳으니7)

善頌昌辰托寓言   좋은 때 축송하며 시로 표현하네


交誼婚姻篤兩門   두 집안 혼인으로 교분이 돈독한데

絲蘿附柏若忘尊   사라(絲蘿)8)가 잣나무에 엉겨 그 존귀함 잊은 듯

公私山斗無窮祝   공사(公私) 간에 존귀한 분께 무한히 축수하니

三壽爲朋頌聖言   삼수(三壽)를 벗하여9) 성인(聖人)의 말씀 축송하네



1) 풍은 국구(豐恩國舅) : 풍은부원군(豐恩府院君) 조만영(趙萬永, 1776-1846)이다. 조만영의 본관은 풍양(豊壤), 자는 윤경(胤卿), 호는 석애(石厓), 시호는 충경(忠敬)이다. 이조판서 조진관(趙鎭寬)의 아들이며, 영의정 조인영(趙寅永)의 형이다. 1819(순조19)년 그의 딸이 효명세자(孝明世子)의 빈(嬪)으로 책봉되어 효명세자의 장인이자 헌종(憲宗)의 외할아버지가 되었다. 이 시는 1836년(헌종2) 조만영의 회갑 때 쓴 것이니, 이때 작자의 나이는 52세이다.

 

2) 오복(五福) : 다섯 가지 행복으로, 장수함, 부유함, 편안함, 덕을 좋아함, 천수를 누림이다. <『서경』 「홍범(洪範)」>

 

3) 사대에…양씨(楊氏) 가문 : 후한 양진(楊震)과 그의 아들 양병(楊秉), 그의 손자 양사(楊賜), 그의 증손 양표(楊彪)와 양기(楊奇) 등이 4대에 걸쳐 삼공(三公)의 지위에 올랐다. <『후한서』 54 「양진열전」> 여기서는 조만영의 집안이 대대로 높은 벼슬을 지낸 명문가임을 말한 것이다.

 

4) 자신을…않은 것은 : 충심으로 노심초사하면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지 않고 나라에 충성한다는 뜻이다. 『주역』 건괘(蹇卦) 육이(六二) 효사(爻辭)에, “왕의 신하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 온 힘을 쏟는 것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다. [王臣蹇蹇 匪躬之故]” 했다.

 

5) 유독…시킨다 하네 : 국사(國事)에 혼자 오래 고생한다는 뜻이다. 『시경』 「소아북산(北山)」에, “나라 일을 튼튼히 해야 하기에 우리 부모를 근심하게 하노라. 온 하늘 아래가 왕의 땅 아닌 곳 없으며, 땅을 빙 두른 바다 안 사람이 왕의 신하 아님이 없거늘 대부가 하는 일 공평하지 못하여 홀로 어질다 해서 나만 부리는구나. [王事靡盬 憂我父母 溥天之下 莫非王土 率土之濱 莫非王臣 大夫不均 我從事獨賢]” 했다.

 

6) 삼달존(三達尊) : 나이와 관작과 덕을 이른다. 『맹자』 「공손추(公孫丑)」하에, “동네에서는 나이가 우선이고, 조정에서는 벼슬이 우선이고, 세상을 유익하게 하고 백성을 교화하는 데는 덕이 우선이다.” 했다.

 

7) 좋은 샘물…뿌리 굳으니 : 먼 조상으로부터 좋은 덕을 이어받았다는 말이다.


8) 사라(絲蘿) : 토사(兔絲)와 여라(女蘿)이다. 다른 나무를 타고 올라 엉겨서 분리하기 어려운데, 시문에서 보통 혼인 관계가 이루어진 것을 표현하는 말이다.


9) 삼수(三壽)를 벗하여 : 삼수는 장수한 삼경(三卿)이니, 장수하고 덕망 높은 노인과 벗 한다는 뜻이다. 『시경』 「노송(魯頌)․비궁(閟宮)」에, “삼수로 벗을 삼아 산처럼 능처럼 튼튼하소서. [三壽作朋 如岡如陵].” 했다.